일전에 갑자기 눈이 많이 내린 적이 있습니다. 교회 벤을 타고 심방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큰 낭패를 당했습니다. 평소에는 쉽게 오르락 내리락 하던 길을 도무지 올라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교회 벤은 뒷바퀴가 돌아가는 후륜구동식이라 아무리 애를 써도 헛바퀴만 돌아갈뿐 도무지 올라갈 길이 없었습니다. 감사하게도 트럭을 가진 분이 나타나 차를 끌어 주어 겨우 교회까지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아주 수월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탄 차는 앞뒤 바퀴가 같이 돌아가는 사륜구동 차였기 때문입니다. 눈이 쌓인 곳에서는 뒷바퀴로 움직이는 차는 꼼짝을 못합니다. 그런 자동차는 움직이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더 깊이 빠지고 맙니다. 그나마 앞바퀴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형편이 조금 낫습니다. 억지로라도 움직이면 겨우 겨우 빠져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눈이 쌓인 곳에서는 역시 앞뒤 바퀴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제일 낫습니다.

눈 길을 빠져 나온 후 문득 앞바퀴는 1세대, 뒷바퀴는 2세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민사회에서 1세대와 2세대 사이에는 아주 깊은 불신의 골이 있습니다. 2세대는 1세대가 여전히 믿을 수 없는 세대라고 생각하고. 1세대는 2세대를 여전히 생각이 어린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서로 연합해서 함께 뭔가를 이루어간다는 생각은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서 2세대 단독으로 뭔가를 이루어 간다는 것은 너무 힘이 듭니다. 어쩌면 2세대가 독단적으로 뭔가를 해보려고 하면 할수록 더 지칠 뿐입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모든 면에서 1세대가 주도권을 쥐고 해나간다면 겨우 겨우 생존해나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해 결국 1세대도 이 땅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미국땅에 사는 이민자들입니다. 이민자로서 이 땅에 굳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1세대와 2세대가 함께 가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2세대가 1세대와 함께 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삶의 밑바탕으로부터 터득한 1세대의 값진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 높게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꼴이 되고 맙니다. 반대로 1세대가 2세대를 품지 못한다면 머지 않아 한민족 특유의 정체성은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질 위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세대를 초월해서 함께가야 할 때입니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민족과도 함께 가면서 같은 민족적 뿌리를 지닌 1세대와 2세대가 함께 가지 못한다면 이것은 모두 다에게 큰 아픔으로 남게 됩니다. 이민사회 여기 저기에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동반자의 모습이 보여질 때 비로서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으로서는 당해 낼 수 없는 공격도 두 사람이면 능히 막아낼 수 있으니 삼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전도서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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